선정릉의 망개떡 파는 아저씨
회사에 있을 때, 창너머로 종종 망개떡 파는 아저씨의 소리가 들린다. 어렸을 적 수원의 작은 동네에 살 때 집 밖에서 "찹쌀떡~,메밀묵~" 이렇게 외치던 아저씨처럼, "찹살떡~,망개떡~"을 외치는 소리말이다. 선정릉 근처 어디쯤에 우리 사무실이 있는데, 처음에는 도대체 이 동네에 저런걸 사먹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아직도 그런걸 옛날 방식으로 파나 싶었다. 그런데 잊어버릴만 하면 들리는 아저씨 목소리에 결국은 지갑을 들고 회사 앞으로 뛰어내려가 보기도 했다. 망개떡을 하나 사 먹어보고 싶어서. 비록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딘가에서 들리는 소리로는 대체 어느 골목인지 알 수가 없어서 실패했지만. 며칠 전, 다시 아저씨 소리를 들었다. 나는 타이타닉 영화 20주년 기념하는 셀린디옹의 "My heart will go on" 공연 영상만 봐도 눈가가 촉촉해지는 감상적인 인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왠지 망개떡 파는 소리에 슬퍼졌다. "망개떡 파는 아저씨는 몇살일까?" "가족은 있나?" "왜 하필 망개떡을 팔까?" "망개떡을 팔아서는 얼마나 벌까?" "그걸로는 살아지나?" 등의 오만가지 물음이 생기면서 왠지 그 답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랄까. 어쩌면 며칠 전 취재차 갔던 봉사활동에서 본 또 다른 아저씨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손이 많이 불편했고 딱봐도 궁색해보이는 차림의 아저씨는 봉사활동을 하러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편을 해결해줄 간단한 도움을 요청할지도 몰랐다. 그저 자신의 성한 한손을 계속 움직여 그 불편을 가렸을 뿐. 그런가하면 가끔씩 일 때문에 좋은 레스토랑을 가게되는데, 그 곳에서 보는 비슷한 나이대에 다른 아저씨, 아줌마들도 있다. 깔끔하게 잘 차려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대접을 받으며, 그런것들의 당연함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람들. 더 많은 물음들이 떠올랐다. ...